몇일 전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정운찬 장관이 맛나게 한우를 먹고 고시를 강행했다는 훈훈한 소식이 올라와있더라. 그런데 오늘 미국에서 도축된 소 중에서 광우병으로 의심이 되는 것들이 포함이 되어있어, 광우병 의심 도축 소 전량이 리콜이 되었다는 더 훈훈한 소식이 들려왔다. 국민들에게 값 싸고 질 좋은 미쿡소를 주면서 "모두들 미국산 쇠고기를 좋아하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한 그 누군가가 떠오르면서 나는 잠시 우울했던 기분이 업되었다. 일상에 다시 (일본식 표현으로) 텐션을 주는 일화다. 이 외에도 나의 일상에 웃음꽃을 피게 해주는 사건들이 많았는데, 어청수가 "어떤 때는 80년대 80년대식 강경진압 한 번 해볼까 싶기도 하다."라고 말해주어 나에게 그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을 갖게 해주었다. 오늘은 서울시에서 촛불 집회에 관련한 천막들을 강제 철거하는 (명목은 '불법'이다.) 미담이 들려온다. 오세훈도 존경할 만하구나! 역시 언제 한 몫 거드나 했더니 이런 때에 거드는군.
요근래에 블로그에 뜸했던 이유는 무엇보다도 '공부에 더 전념을 했다'는 것이다. (내 입으로 그러니까 이상하다.) 부끄럽게도 수험생 같지 않은 생활을 해온 나로서는 요사이 뭔가 쫒기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더 공부를 하고 있다. 더 하고 있다는 것이지 완전 미친듯이 하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님. 그 이상 증상은 꿈에서도 나오는데, 계속해서 시험을 보는 꿈을 꾸고 있다. 그래도 꿈은 꿈인지 내 앞 자리에서는 오구리 슌이 시험을 보고 있지 않나. 시험을 보다가 오구리 슌임을 깨닫고 둘이서 말장난을 하고 블라블라. 뭐 이런 꿈을 계속 꾸고 있다. 《아름다운 그대에게》를 보고 있어서 그런가, 오구리 슌이 나오네. 희한하네.
암튼 공부에 좀 더 신경을 하려고 하는지라 그간 잘 읽었던 책도 페이지가 잘 넘어가지 않았다. 리뷰도 잘 써지지 않고. 근 일주일 넘게 책 한 권을 본 것 같다. 책을 보는 속도가 빠른지라 책 한 권을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사나흘이었는데 말이다. 밀려있는 리뷰는 2개다.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책이랑 일전에 제목에 혹해서 샀던 《나를 벗겨줘》. 짧게 언급을 하자면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은 무진장 좋아서 별을 백 만개 주어도 아깝지 않고 뒤의 책은 별 3개 짜리다. 이 책을 사서 볼 사람이 있다면 말리고 싶다. 서점에서 서서 충분히 읽고 남는다.
참, 영어로 된 원서를 구입해볼까 싶어서 기웃거리고 있는데 뭐가 좋은 지를 모르겠다. 아는 출판사라곤 펭귄이랑 옥스포드 대학 출판부 밖에 없는 이 몸으로선 어느 곳의 책이 좋은 지를 모르겠다. 어디에서 사는 것이 더 좋은지도 모르겠고. 아마존에서 사볼까 했는데 그런 류(옥션이나 지마켓 같은)의 판매를 싫어하는 터라 아마존은 패스. 아마존을 제외시키고 나니 남는 인터넷 서점이 영 없어서 그냥 우리나라에서 사서 볼까 생각 중이다. 어찌되었든,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은 마침 지금 오디오북 파일이 있으니 하나 사서 번역판이랑 같이 보려고 한다. 다른 책들은 한국 펭귄 시리즈에서 나온 번역본을 중심으로 책을 고르고 있고. 영문판을 보다가 이해가 잘 가지 않으면 번역판을 보는 그런 폭풍 간지의 짓을 내가 직접 할 수 있다. 게다가 둘다 펭귄 버전으로 살 수 있으니.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은 뭔가 뭔지를 모르겠다. 종류가 엄청 많다. 펭귄에서 나온 것만해도 두 종류. 실제로 보고 사면 좋으련만.)
블로그에 뜸했던 이유 둘. 집에 외할머니가 오셨다. 갑상선 종양으로 지난 겨울에 수술을 하셨는데 그것의 연장으로 방사선 치료를 하게 되셨는데 그 치료가 끝이 난 후에 몸을 추스리고자 우리 집에 오셨던 것이다. 외삼촌이 직접 차로 모셨다고 하길래 놀랐다. 그럴 위인이 못 되는 사람이 말이다. 외삼촌의 등쌀에 떠밀려 우리 집에 오신 외할머니는 (이제 3일째다) 내내 우리에게 외삼촌네 아기 사진을 보여주시면서 애가 요즘들어서 살이 통통하게 올라서 보기가 좋다면서 말씀을 하신다. 그러면서 내 얼굴을 슬금 쳐다보시는 것을 보니 내가 그 말에 맞장구를 쳐주기를 바라시는 것 같아 보이는데 성격 안 좋기로 소문난 나는 상큼하게 무시했다. 그저 "아, 그래요?" 하다. 그렇게 말씀을 계속 하시는 것을 보아하니 딸들보다 더 귀한 하나 뿐이 없는 아들내외가 낳은 손주가 이쁘기는 한 모양인데, 외삼촌 부부는 외할머니께서 방사선 치료를 하셨다고 애기를 보여주지 않고 있으니 그저 속이 타실 법도 하다. 우리 집에 온 날 물어보니 집에 들르지도 않고 서울의 병원에서 천안의 우리 집으로 곧장 오신 것 같더만.
그래서 지금 무지하게 불편한 생활을 하고 있다. 나는 유난히도 동물적인 감각의 소유자라 내가 살고 있는 이 집의 냄새와 밝기, 분위기, 소리 등에 민감한데 외할머니께서 오시니 이 모든 것이 엉클어져서 불만이다. 냄새는 확 바뀌어서 우리 집 냄새 보다는 할머니에게서 나는 냄새가 우리 집을 휘감고 있고 언제나 밝게 켜져 있는 거실은 내 눈을 자극한다. 할머니가 심심해하실 까봐 켜놓은 텔레비전에서는 낮이고 밤이고 새벽이고 아침이고 볼륨 14의 짱짱한 사운드로 우리 집을 울리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것들과 지금의 집이 다르니, 우리 집에서 나는 꼭 겉돌고 있는 것 같다. 모든 것이 할머니 중심으로 되어 있어서 이래저래 불편하고 그렇다. 이래서 누군가가 집에 오는 것이 싫다.
이걸 또 내가 입 밖으로 내놓는 사람이 아니라서 말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못되고 까칠하고 싸가지는 몽땅 다 실종된 사람일지라도 울 엄마 앞에서는 그나마 착한 딸로서 이런 말은 못 한다. (엄마랑 얼마 전에 사과했다.) 게다가 엄마 딸이 내가 울 엄마가 엄마한테 잘 해주고 싶다는데 내가 그 마음을 모르겠나. 그저 지금 나는 이런 말 저런 말을 가져다 붙이면서 내 속좁음을 표출하고 있을 뿐이다......... 하기는 한데 그래도 싫다.
위에 냄새가 나와서 글을 쓰는데 나는 정말 냄새에 강하다. 어릴 적부터 별명은 '개코'로 통했다. 그러니 그만큼 냄새에 있어서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는데, 제일 좋아하는 냄새는 내 이불이랑 베개에서 나는 내 냄새다. 남들은 내 냄새를 맡으면 잘 모르겠다고 하는데 나는 안다. 내 냄새에는 우리 집에서 빨래를 할 때 사용하는 섬유유연제 냄새에 바디 클렌져 냄새가 섞여있다. 거기에 살짝 땀냄새까지. 보편적으로는 이러하고 이불에서 나는 냄새와 배개에서 나는 냄새는 또 다르다. 이불에는 바디 클렌져 냄새 비율이 높고 베개에서는 샴푸 냄새가 심하게 난다. 나름 나에게는 향기로운데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영 마뜩찮은 눈치다. (하긴 내 냄새가 향기롭다고 내가 말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하긴, 나도 남들 냄새는 싫어하는 편이니까...... 내 냄새도 다른 사람이 맡으면 엄청 싫어하겠지?
심심해서 짤방이나 하나
안 웃기면 이걸로 웃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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