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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벗겨줘 Déshabillez-moi / 까뜨린느 쥬베르, 사라 스탠
나를 벗겨줘 Déshabillez-moi
  옷은 옷장 속에 걸려 있을 때와 우리가 그 옷을 입었을 때 완전히 다른 것이 된다. 몸 위에 자리한 옷은 우리가 갖고 있는 기분 상태와 슬픔, 피곤함이나 즐거움 등의 색조를 우리 눈에 그대로 드러나게 한다. 옷차림을 바꿈으로 기분도 전환되고, 짊어지고 가기에는 너무 무거웠던 자아도 벗어던질 수 있을 듯한 환상을 경험하는 것이다. 그래서 옷은 자아를 발견하고, 자신을 떠나갔던 무언가를 붙잡으려는 잠재적 자기 투영의 놀이라고 하겠다.

  Louis Vuitton, Chanel, Hermes, Christian Dior, Lancome, Jean Paul Gaultier, Loewe, Celine, Berluti, Kenzo, Givenchy, StefanoBi, Emilio Pucci, Thomas Pink, Guerlain, La Brosse et Dupont, Benefit Cosmetics, Fresh, Make Up For Ever, Acqua di Parma, TAG Heuer, Zenith, FRED, Chaumet, De Beers, L'Occitane, Guerlain, Chole, Martine Sitbon, Yve saint laurant, Van cleef & Arpels, Cartier, Chaumet, Agatha. (*틀린 것 있으면 지적해주세요.) 이것들을 제외하고서도 많고도 많이 남은 프랑스의 브랜드들. 디자이너들에게는 꿈의 무대라고 칭해지는 쁘레따 뽀르떼Pret-a-porter와 오뜨 꾸뛰르Haute Couture. 전세계의 모델들이 선망하는 빠리의 무대. 이런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옷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는 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 그래서 이 책이 프랑스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자마자 고개를 끄덕였다. 암, 프랑스에서 나올 만하지.  

  첫인상은 독특했다. 독특해서 빠져들었다. 책은 곁에서 우리가 입는 옷차림이나 옷을 입는 습성을 그린 에피소드와 그에 대한 정신분석학적인 코멘트를 달아주는 방식으로 진행이 된다. 옷을 소재로 하다니 신선하기도 하지.

  헌데.

  앞선 포스트에서도 지적을 했다시피 번역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옮긴이가 '한글을 불어로 번역한 것은 있었어도 불어를 한글로 번역하는 작업은 익숙치 않다'라는 핑계 아닌 핑계를 했다만, 그래도 온전한 책을 만나고 싶은 나로서는 아쉬울 따름이다. 조사를 잘 쓰는 것 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이건 문학을 한다고 말하는 한국 작가들에게도 찾아보기가 힘들다.) 문장의 호응 만큼은 알아듣게 해주어야 하는 거 아닌지. 어느 부분은 영 이해가 되지 않아서 여러 번 읽곤 했다. 그 문장이 담고 있는 내용이 그다지 어렵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리고 문제의 88페이지. 내 독해와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이 잘 못 되었는지 아니면 책이 잘 못 되었는지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프로이트가 엘렉트라 콤플렉스의 관점에서 말했듯이 어린 소녀가 엄마의 욕망을 채워줄 수 있는 무엇인가를 자신은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할 때, 그녀는 엄마의 욕망을 채워 줄 그 무언가를 가지고 있어 보이는 사람, 즉 아빠에 맞추어 대표적 이미지를 추구하게 된다. 엄마를 경쟁자로 보는 동시에 엄마를 따라 하고 엄마의 이미지를 동일화함으로써 아버지의 사랑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이 문장이 맞는 문장인가. 엘렉트라 컴플렉스는 딸이 아빠를 사랑하여 엄마에게 적개심을 드러내는 것을 뜻하는 용어가 아닌지. 위키에서 찾아보면, Electra Complex는 이렇게 설명이 되어있다. 'According to Freud, a girl, like a boy, is originally attached to the mother figure. However, during the phallic stage, when she discovers that she lacks a penis, she becomes libidinally attached to the father figure, and imagines that she will become pregnant by him, all the while becoming more hostile toward her mother.' 좀 거칠게 줄여서 온전한 의미를 담기가 어렵다만, 일반적으로 '남근기 때, 아빠와 가까워지기를 원하면서 그와 동시에 엄마에게는 적개심을 가진다'하는 정도로 이해를 하면 되는데……. 그러면 저 위에 있는 문장은 "프로이트가 엘렉트라 콤플렉스의 관점에서 말했듯이 어린 소녀가 아빠의 욕망을 채워줄 수 있는 무엇인가를 자신은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할 때, 그녀는 아빠의 욕망을 채워 줄 그 무언가를 가지고 있어 보이는 사람, 즉 엄마에 맞추어 대표적 이미지를 추구하게 된다. 엄마를 경쟁자로 보는 동시에 엄마를 따라 하고 엄마의 이미지를 동일화함으로써 아버지의 사랑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로 바뀌어야 할 것 같다. 내가 틀렸나? 내가 이해를 잘 못 한 건가? 엘렉트라 콤플렉스 차원에서 보면 딸이 엄마의 욕망을 채워줄 필요는 없지 않나 싶다. 원하는 대상은 엄마가 아니라 아빠인걸.

  (신선하기는 하지만) 책의 기본적인 틀에서도 약간의 문제점이 보인다. 하나의 에피소드와 그것을 분석한 글을 나란히 두는 방식 자체는 참 좋았으나, 에피소드들은 "분석을 위해" 꾸며진 에피소드라는 생각이 든다.

  정신분석을 시도한 글에서도 문제점은 있다.
  일례로 15번째로 수록된 뱀피부츠에 대한 글. 에피소드에서 한 여성은 빨간색 뱀피 부츠를 입으면 자신이 최고로 아름다운 사람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그 부츠를 신으면 남자들이 자신을 쳐다보며 그 모습을 보면서 즐거워한다. 우울하고 무력한 기분이 들 때면, 언제든 그 빨간 뱀피 부츠를 입고 유혹적인 모습으로 변신한다. 뭐 이런 내용이다. 이것을 분석하면서 글쓴이들은 뱀피 부츠는 물신 숭배와 관련이 있다고 말을 하면서 "프로이트가 말하는 물신숭배는 여성들에게 있어서 '결여된 남근'을 대체하는 대용물인 셈"이라 말을 하면서 뱀피 부츠로 인해 "현실적으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여성들에게도 일종의 남근이 존재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라고 하고 있는데, 이게 듣기에 거북스럽지 않나. 정신분석학이 저런 면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서 페미니스트들에게 그 이론이 공격을 받고 있는 것을 알지만, 거북한건 어쩔 수 없다. '뱀피 부츠≒남근'이라는 공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나. 정신분석학적으로 돌아본다는 것에 너무 집착을 한 나머지 약간의 오류를 일으킨 것이 아닌가 싶다.


  결론을 내리면 제목이 월척감이다. 나, 완전히 낚였다.



나를 벗겨줘 - 6점
까뜨린느 쥬베르 외 지음, 이승우 옮김/은행나무
혜아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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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6/28 19:56 | link | edit or delete | write reply 
문제의 88 페이지는... 제 생각에는요. 꼭 엄마의 욕망을 못 채워주는 게 포인트가 되기 보다는요. 엄마한테 잘 보이기는 텄으니까 아빠에게 잘 보이고 싶어진다는 정도인 거 같아요. (사실 이렇게 단순하게 규정할 수 있는 원인은 아니지만 말예요. (뻘뻘...)) 암튼 앞 부분은 대충 인트로쯤 되고, "엄마를 경쟁자로 보는 동시에 이미지 동일화 (모방)해서 아빠의 사랑을 얻고자 한다"가 주된 뼈대인 듯해서요. 뭐, 그, 그냥 적어주신 글에서만 받은 인상이에요. 이 책 읽어본 적은 없어서... 근데 패션 관련 책에서 프로이드 남근 타령을 하다니 어지간히 센스 없네요. 프로이드에 따르자면 패션의 수많은 요소들, 아이템들이 다 남근 결여로 인한 보상심리에서 쫓는 대용물 따위가 될텐데 말이에요. 뱀피 부츠만이 아니라 거의 모두 다요. 매니쉬한 옷이든, 섹시한 구두든, 파워 수트든... 죄다 남근을 가진 족속을 향한 동경과 질투가 될 듯도 하네요. (쩌업.)
  2008/06/30 00:06 | link | edit or delete  
저도 그 부분이 주된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 앞부분이 아무래도 틀린 것 같아요. 실은 두번째 문장 빼고서는 아예 전체적으로 틀리지 않았나 싶은데... 전체 글에서도 엘렉트라 컴플렉스가 집적적으로 언급이 된 것은 저 부분 밖에 없어요. 나머지는 그냥 했던 이야기 다시 하는 부분이고요. 다시 그부분을 찾아서 읽어봐야겠어요. 그리고 남근 선망은 정말 어이없죠? 정신분석학이 분명 그런 측면이 있지만서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데. 그래서 페미니스트들에게서 공격을 받고 있는데 그냥 저렇게 써버리다니. 읽으면서 빈정상했어요. 게다가 글쓴이 두 명 모두 여성이잖아요. 저 부분을 쓰면서 무언가 인식하지 못 했을까요?
  2008/06/29 10:43 | link | edit or delete | write reply 
저 작가... 몹쓸 작가군요..... 뱀피부츠와 남근은 정말....... 그리고 분석을 위해 꾸며낸 에피소드라는 느낌은 괜히 받지는 않았을 듯싶어요. 억지성이 다분했을 터니.. 끼어맞추기에 여념이 없네요... 어휴 어휴..... 왜 그걸 저리 몰아가죠? 굳이 왜.... 나처럼 욱 하지 않는 사람도 저 글만 보고 욱 하게 된다고요. 이렇게 리뷰만 보고도 속에서 욱 하는 기운이 솟구치는데 직접 책을 읽은 혜아룜님은 오죽할까... 책 읽으면서 무지 짜증났고 답답했겠어요.. 내가 다 못마땅해요 ㅠ_ㅠ
  2008/06/30 00:09 | link | edit or delete  
그죠그죠, 완전 몹쓸 작가들이여요. 저 부분을 읽고나서 이 책을 내 돈 주고 샀다는 사실에 얼마나 땅을 치고 후회했던지. 절대 돈 주고 사지 마시어요. 이건 그냥 한 번 읽고 마는 그런 류의 책이예요. 그 남근 선망 부분은 읽으면서 "아이고 어이야!"를 외쳤다니까요. 어휴휴 어떻게 저렇게 표현을 할 수가 있어요. 남근 선망이라니. 딸뿡님 말씀대로 그냥 끼워맞춘게 틀림이 없어요. 그냥 홀랑 정신분석학 용어를 끌어다 붙이면서 이게 저것이노라 하는 격이라니까요. 게다가 글쓴이들이 둘 다 여성이라는 점에서 더더더 화가 불끈 솟아요. 어찌 자각 없이 저렇게 썼는지! 에잇!
  2008/06/30 09:30 | link | edit or delete | write reply 
저는 표지가 맘에 안들어요 ㅎㅎ
  2008/07/03 17:12 | link | edit or delete  
푸히히 저도요. 이 책의 삽화랑 표지를 그리신 분이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운영하시더라구요. 그래서 들어가봤더니 이 그림 빼고서는 나머지 일러스트들은 꽤 괜찮더라고요. 이 삽화만 딱 분위기랑 화법이 달랐어요. 본문에 그려져 있는 삽화는 딱 패션 잡지 쪽에서 좋아할 풍.
  2008/06/30 13:45 | link | edit or delete | write reply 
하핫, 이 와중에 어느 출판사일까 싶어 표지를 보다가 으잉? 모르는 곳이네 하고 지나쳐버린. 불어가 워낙 문장 구조가 복잡다단해서, 오역하기 쉬운 곳들이 많긴 한데, 문맥상으로 아무리 봐도 조금 잘못되지 않았나 싶다는;; 원문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아쉽네요. 저도 표지문안 정리할때 보다 감각적이고 자극적인거 많이 뽑기는 하는데.. 저자 프로필이 무척 궁금해지는 리뷰였어요. 큭-
  2008/07/03 17:15 | link | edit or delete  
역시 직업병 아닌 직업병일까요? 히히 은행나무라고 하던데 저도 저 책으로 처음 봤어요. 왠만한 출판사들 이름은 대개 익숙한데. 저도 불어 번역이 특히 어려워 보이기는 한데 아무리 그래도 전문으로 하시는 분이 실수를 하면 좀 그렇죠? 저 부분은 저도 아무리 읽어봐도 오역을 한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출판사에 코멘트를 할까 생각하고 있어요. 확실히 제목은 잘 뽑은 것 같아요. 솔직히 "나를 벗겨줘"라고 떡하니 책 표지에 박혀있으면 괜시리 보고 싶고 그러잖아요. 게다가 부제도 그렇고요. 저자들은 뭐, 두 명 다 정신과 의사였어요. 나름 튀는 책이기는 했는데 정신분석한 것을 보고 꽈당~!
  2008/07/01 01:14 | link | edit or delete | write reply 
우아...저 이글보고 생각하면서 글을 일고 그랬는데 댓글을 안달고 갔나봐요...
생각만 계속 했나?헐헐;; 뭔가 통속적으로 가져다 붙이는 식의 글들이 좀 짜증이군요...뱀피에 남근이란...-_-;;
정신분석학적으로 이야기를 한다면 더 한쪽으로 쏠려서 몰아붙이면 말이 안되는거잖아요??라고 생각하면서....진짜 별로네요...
가끔 이런책 사서 읽으면 짜증나요 진짜!! 책제목은 임팩트한데 말이죠!!
  2008/07/03 17:17 | link | edit or delete  
그죠그죠 좀 짜증만땅이었어요. 남근 선망, 이거 정말 아닌데 떡하니 쓰여있는 것을 보고 '아, 잘 못 샀다'라는 생각이... 정말 정신분석이라는 학문 자체가 약간 마초적인 뉘앙스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없어서 그랬어요. 게다가 저자 모두 여성인데 그런 것에 대한 언급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에잇, 오랜만에 책 선택 잘 못 했어요. 정말 책 제목 포스는 ㅎㅎ
  2008/07/09 14:19 | link | edit or delete | write reply 
딸이 엄마의 욕망을 채워주면.. 큰 일 나는 거 아닌가요?
  2008/07/22 03:04 | link | edit or delete  
그죠! 딸이 엄마의 욕막을 채워주면... 아 상상만해도 토할 것 같..;; 근데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도 엘렉트라 컴플렉스도 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기는해요. 저걸 다 적용할 수 있을가 하는 것도 의문이고요.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은 하는데...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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