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유난히 다른 아이들에 비하여 걸어 다니는 것이 빨랐다. 신체적 발달이 매우 좋았다고들 기억한다. 뒤집는 것도 걷는 것도 뛰는 것도. 돌이 되었을 때에는 거의 뛰어다닐 수준이었으니, 그녀는 운동에는 타고 났었나 보다. 마침 그녀와 생년월일이 비슷한 먼 친척뻘이 되는 아해가 있어서 그들은 서로 비교를 당했단다. ‘당했다.’ 그녀에게 있어서 그 ‘당함’은 아주 컸다. 그 이유는 그녀는 걷는 것에 비해서 말하는 것이 느렸기 때문이다. 그 또래의 아해들이 옹알이를 넘어서 ‘엄마’나 ‘아빠’와 같은 간단한 단어들을 손쉽게 말을 할 때에, 불행하게도 그녀는 말을 하지 못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불행은 외부에서 온다
조금 늦을 수도 있다. 다들 그 시기에 하는 것은 아니니. 그러나 여자의 큰엄마는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작은 그녀를 볼 때마다 뭐라고 했다고 한다. ‘지읒이 왜 말을 못하니.’, ‘지금쯤이면 말을 해야 되는 시기가 아니냐.’하면서. 말을 못하는 그녀를 보면서 갑자기 사랑에 불타올랐는지 아니면 못하는 것을 하게끔 만들려고 하였는지 몰라도, 그녀의 큰엄마는 꼭 말을 시켰다. 그녀는 말을 못해도 다 알아 들을 수는 있어서, 큰엄마가 자신을 잡고 말을 해보라고 하면 순간 긴장하며 낑낑거렸다. 아무리 애써도 말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그녀는 낑낑거렸다. 큰엄마를 볼 때마다 그녀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였고, 그것도 모르면서 큰엄마는 그녀를 잡고 노래를 불렀다. “말을 해봐.” 그녀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그녀의 엄마는 화를 참지 못하고 여자를 데리고 나갔다. 그것을 보고 그제야 자기가 무슨 행동을 했는지 안 무식하고 세심함이라곤 찾아 볼 수 없는 그녀의 큰엄마는 여자에게 말을 시키는 것이 줄었다고 했다. 준 것이다. 없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간간히 여자를 부여잡고 시켰다. “말을 해봐.”
어릴 적 아픔은 오래가는 법
이 사건을 계기로 여자는 말을 하는 것에 있어서 압박감을 가졌다. 어릴 적의 상처가 은연 중에 남아있어서 그랬던 거지. 그녀는 자신이 말을 더듬는다는 것을 인지하고 난 뒤, 말을 자연스럽게 하려고 ‘낑낑’거렸다. 허나 ‘낑낑’거림은 더한 말더듬을 가지고 왔다. 말을 더듬기는 하였다만 여자는 활달한 아이였다. 친구들과 무리 없이 잘 어울렸고, 발표도 좋아했다.
활발하게 잘 지내다가도, 지나가는 아이의 입에서 “너 말더듬더라. 이상해.”라는 소리만 나오면 여자는 작아졌다. 여자는 말을 더듬는 것 때문에 이상한 아이 취급당하기 싫어해 거짓말을 했다. “어렸을 대에 말더듬던 애를 따라하다가 나도 이렇게 됐어. (...)” 뒤에 숨을 죽이고 말한 것은 그게 아니었겠지. ‘나도 알아! 나에게 더 이상 그런 이야기 하지마!’ 저런 거짓말을 하면서도 여자는 그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였다. 다행스럽게도 저런 대답을 들었던 순진하지만 잔인한 아이들은 다시는 그런 소리를 하지 않았지만 학년이 바뀔 때마다 여자는 저 소리를 또다시 들었고 또다시 거짓말을 반복하였다. 울기도 많이 울었다. 남들은 말을 할 때마다 아무런 노력 없이 내뱉는데, 자신은 그것의 몇 곱절이나 되는 노력을 기울여도 말을 더듬느냐고. 이건 불공평하다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말이다.
학교는 그나마 양반이었다. 여자는 집에서 더 더듬었다. ‘아빠’라는 두 음절의 단어를 말하고 싶어도 ‘아빠’라는 단어는 그저 입 안에서만 맴돌았다. 맴돌다가 겨울 입술을 비집고 나오면, ‘아빠’는 ‘아아아아 아빠’로 변했다. 수도 없이 많았다. 말을 처음 내뱉을 때의 처음 3초간은 언제나 여자의 입 안에서만 단어가 맴돌았다. 여자의 엄마와 아빠는 그녀가 말을 더듬을 때마다 이렇게 말했다. “빨리 말을 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천천히 말해. 너 늦게 말한다고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으니까.” 여자는 생각했다. 미안하지만 나도 그딴 것쯤은 알고 있다고요.
말더듬이에서 변신하고픈 여자는
여자는 생각하였다. 말을 더듬는 것은 자신의 크나큰 결점이자 오점이다. 반드시 내 인생에서 없어져야할 1순위는 다름이 아니라 말더듬이다. 여자는 죽어라 연습했다. 남들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여자는 가지고 있었고, 가진 것을 버리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는 노력을 기울여야만 하였다. 여자는 일부러 소리를 내서 책을 읽고 발표를 해야 하는 과제가 생기면 집에서 미리 연습을 했다. 엄마와 아빠 앞에서 이야기를 하면서 발표하기위한 대본을 만들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본을 딸딸딸 외웠다. 이렇게 해서도 여자는 일백퍼센트 좋아지지 않았다.
저민 마음에 소금을 뿌리다
여자는 이런 방법 저런 방법으로 말더듬이라는 수렁에서 탈출하려고 하였다. 여자가 그녀의 엄마와 같이 길을 걷던 어느 날, 한 현수막을 보았다. 현수막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 있었다. “언어치료 해드립니다.” 여자는 애늙은이 같았던지라 자신이 말더듬어서 힘들다는 소리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여자가 무심하게 옆에 있던 엄마에게 말하였다. “나도 저런 거 보내주지.” 여자의 말을 듣던 여자의 엄마는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녀의 엄마는 답했다. 인천에서 살 때, 여자를 위해서 언어 치료 하는 곳을 많이 보고 다녔지만 지금처럼 많이 보급이 되지 않았던 때가 찾기가 힘들었다고. 찾았어도 센터가 너무 멀리 떨어져있어 쉽사리 보내기가 어려웠다고. 그래서 너무너무 미안해 지금이라도 가고 싶으면 보내주겠다고. ‘아, 이런 것이 아니었는데…….’ 순간 여자는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말을 더듬는 것은 여자의 치부이기도 하였지만, 엄마의 상처이기도 하였다.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이, 자신이 그 저며진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고 여자는 생각했다. 여자는 그저 상처를 삭히려고 하였다.
의도치 않은 곳에서 느낀 환희
여자는 그냥 저냥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좋은생각』이 왔다. 여자는 누가 먼저 보기 전에 얼른 낚아채어 침대에 누워서 찬찬히 읽었다. 읽던 와중에 꽤 흥미를 끄는 사연이 하나 수록되어있어 여자의 눈은 가늘어졌다. 사연인 즉, 말을 더듬던 기고자가 지혜롭고 이해심 깊은 K선생님을 만나 말을 더듬는 버릇을 많이 고치게 되었고 결국은 사람 앞에서 강연을 하는 컨설턴트가 되었다는 것이다. 여자는 꽤 동질감을 느껴 주르륵 읽어 내려가다가 눈길을 사로잡는 문구를 하나 발견하게 되었다.
“네가 말을 더듬는 것은 단지 생각이 입보다 훨씬 빨리 움직이기 때문이다.”
여자는 생각했다. 자신이 말을 더듬는 것은 자신의 생각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자신의 입 때문이라고. 여자는 자신감을 찾았다.
혜아룜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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