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로 빠졌다.
언니가 요 한 달 가까이 모교에서 교생 실습을 한다. 영양 교사가 되기 위함인데, 언니가 집으로 좋지 않은 소식을 하나 물고 왔다. 몇 몇 선생님들께서 편찮으시다고 한다. 왜 갑자기 그러나 싶은데 언니는 담담하게 이야기를 한다. “원래 학교가 개교한 지 십년이 넘으면 아픈 선생님들이 하나 둘 씩 나온데. 선생님들도 다 그러시더라.” 그래도 마음이 그렇지가 않다. 공교롭게도 편찮으시다던 선생님들은 모두 나를 가르치셨던 선생님들이셨다.
C 선생님께는 소식을 듣자마자 전화를 하였다. 핸드폰에 전화 번호가 저장이 되어있지 않아서 졸업 앨범에서 찾았다. 나는 이때까지 전화 번호도 모르고 있었다. 하긴. 학교로 찾아가면 당연히 뵐 수 있었으니까. 연락처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었고. 상황이 이렇게 되니 그마저도 아니다. 신호음이 잠깐 울리고 나서 들린다. “여보세요.” 꽤 오랜만에 듣는 선생님의 목소리이다. 내가 알아들을 수 있을까 잠시 고민을 했던 것은 기우였다. “선생님, 저예요.” 선생님은 잠깐 탄식을 내뱉으신다. 나를 기억하고 계셨나보다. 내가 이 사실을 아는 것이 꽤 놀라우셨던 모양이다. 괜찮다고 수술을 받았는데 한 이주 정도를 더 쉬다가 학교로 출근할 예정이라고. 전과 다름 없는 목소리로 말씀하신다. 그럼 이주 정도만 쉬시는 거냐고 여쭈었더니, 근 한 달 가까이를 쉬시는 거라고. 수수을 받고나서 일주일 정도를 병원에 입원해계셨고 그제야 집으로 돌아오셨다고 한다. 무엇 때문에 수술을 하셨냐고 물으니 디스크가 갑자기 터졌다는 말씀. 너무 갑작스러워서 선생님 자신도 많이 놀라셨다고 한다. 농담 한 마디 하려고 했는데 그새 코 끝이 찡해져서 말을 말았다. 눈물도 많지. 빨리 건강해지시라고 건강이 최고라고 푹 쉬시라고, 이 세 마디 말만 하고 부랴부랴 전화를 끝냈다. 짧은 전화를 하고나서 허한 마음을 길게 달래야만 하였다.
그리고 J₂ 선생님. 암 선고라니. 너무 급작스럽다. 할 말을 잃었다. 작년에 잠깐 뵙게되었을 때엔 건강해보이셨는데 그새 건강이 나빠지셨다. 무슨 암이든 초기에 발견을 하면 괜찮은데 지금 어떤 상황인지를 모르니 안부 전화를 드리는 것도 겁이 나나. 의도치 않게 아픈 곳을 건드리거나 말 실수를 할까봐서. 언니가 이야기를 한 것을 대충 종합해보니, 천안 단대 병원에서 수술을 하려고 하셨는데 아직까지도 수술 날짜가 잡히지 않으셨다고 한다. 예약 환자들이 밀려있어서 수술 일정조차도 잡히지 않으신다고. 병원에 입원하시면 병문안을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기는 했는데……. 잘 모르겠다. 병상에 있으면 찾아오는 것도 부담스럽지만 그렇다고 찾아가지 않는 것도 조금 서운하고 그래서. 게다가 말을 들어보니 정말 친한 선생님 한 분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다른 선생님들도 얼굴을 못 뵈었다고 하니.
J₁ 선생님은 괜찮으신가 모르겠다. 고삼 초에 쓰러지셨다가 다시 학교에 나오신다고 들었기는 했는데 말이다. 한창 병세가 완연하실 때에는 살도 많이 찌시고 얼굴도 별로라서 말이 아니셨는데 말이다. J₁ 선생님은 작년에 얼굴도 못 뵈었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건강해보이시던 선생님들도 아프시고 친구들도 많이 달라졌다. 언제나 같은 모습이던 학교도 달라졌다. 혼자 제자리인 것은 나 뿐인가 싶다.
혜아룜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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