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지게된 원인은 단 한 가지이다. 안젤코를 막지 못해서. 플레이오프 이차전에서 이선규에게 블로킹 신이 강림했지만, 챔프전에서 완벽하게 그리고 무기력하게 무릎을 꿇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센터 이선규가 무너졌으니 남은 센터진들에게 제대로 된 플레이를 기대할 수가 없었다. 챔프 삼차전에서는 속공 찬스에서도 세터와의 호흡이 맞지 않아서 그대로 연타를 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센터진의 높이는 높았지만 안젤코는 그 높이 위에서 펄펄 날았다. 타점이 블로커들의 손보다 놓았다. 안젤코는 현대를 떡 주무르듯 가지고 놀았다.
로드리고는 정규 시즌보다 더 좋은 몸상태로 경기에 임했지만, 안젤코와의 대결에서 완패하였다. 로드리고가 죽을 쑤고 있는 와중에 안젤코는 기세등등하게 삼십득점을 가뿐하가게 넘었다. 언젠가 현대와의 경기에서 사십일점을 기록했던 경기가 생각이 났다. 나는 그정도가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을, 그와중에 하였다. 안젤코와 최태웅의 호흡은 기가 막혔다. 최태웅의 노련함은 권영민의 스피드를 앞섰다. 권영민은 공격의 물꼬를 터보려고 하였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실패를 잇따라 하면서 권영민은 자신의 페이스를 잃었고 결국 자멸하였다. 나는 루니가 그리워졌다. 그렇게 현대는 무너졌다.
이번 챔프전을 끝으로 공칠 공팔 시즌이 끝이 났지만, 다가올 공팔 공구 시즌이 있다. 판도가 쉬 바뀌지는 않겠지만 한전이 준 프로 자격을 얻으면서 새로운 재미가 생길 거라고 기대한다. 대학 배구계의 히로인인 ‘문성민’을 한전이 지목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거의 확정적인 분위기이다.), 팀들 간의 실력차는 많이 줄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용병의 합류. 이렇게 되면 LIG를 넘어서 대한항공과 현대와도 비등비등해지지 않을까 슬쩍 상상한다. 이런 와중에 상무의 참가는 먼 산으로 가는데…….
* * * * *
잠깐, 여배 대표팀에 대한 잡담. 여배 국대가 발표가 되었다. 한동안 김연경과 정대영의 무릎 부상 때문에 왈가왈부 말이 많았었는데 결국 이 두 선수는 대표팀에 뽑히지 않았다. 이전 국대에서 정대영+김세영 콤비가 아주 쏠쏠한 재미를 보았기에 이번 대표팀은 위력이 줄어든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게다가 공격의 중심인 김연경까지 차출되지 못한 상황이다. 정대영은 구단 측에서 다시 검사를 받지 못 하겠다고 강력하게 말하였다. 이로 인해서 정대영이 속한 팀은 물론 정대영도 모두 제대로 욕을 얻어먹었다. 어느 기사는 ‘정대영이 측근과 전화 통화를 하는데 실은 부상이 심하지 않다고 했다.’라면서 에둘러서 정대영을 깠다. 부상은 부상이지만서도 이렇게 잡음이 많을 필요가 있나 싶다. 정대영과 김연경이 무릎 부상으로 빠지면서 남은 선수들의 몸 상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황연주도 부상으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이번 시즌, 거의 모든 경기를 뛰었지만 시즌 초반에 재활 부족으로 제 컨디션이 아닌 상태에서 경기를 나가다 보니 더 악화되었다는 소식이었다.
말 많은 대표팀에 전민정이 합세함으로서 더 일이 커졌다. 한국 무대에서야 전민정의 이동이 잘 먹혔지만, 국제대회에서도 성공적일 것이냐가 주된 이야기거리였다. 센터진치고는 작은 신장도 말이 많았다. 블로킹이 어렵다는 것이다. 어느 곳에서는 차라리 팀의 후배인 김혜진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 어떠냐는 말이 나왔었다. 이러쿵 저러쿵 말들이 많은 가운데 과연 본선 진출의 티켓을 탈 수 있을런지.
혜아룜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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